하이델베르크에서 살아남기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살아남기 - [5]

팔도촌놈 2023. 8. 26. 19:26


럽에서 공부를 하면서 제일 먼저 느낀 건 " 기본에 충실한다"였다.

성적 평가는 절대평가로 자기가 한 만큼 나오는 것이다. 이러면 과연 성적에 변별력이 생기는 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만 답은 Yes다. 대학의 공부는 양이 어마어마하고 내용도 어렵기 때문에 문제를 한번 꼬을 수가 없다. 그리고 질문의 의도가 명확하지 않으면 오히려 학생들이 교수님에게 컴플레인을 건다.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수직 관계가 아니라 수평 관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교수는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아니기 때문에 선만 넘지 않는 다면 어떠한 것도 가능하다. 가끔 수업 중에 교수님들과 열띤 토론을 하는 학생들도 보인다. 아마 대학에서 가장 원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계급장 다 떼버리고 순수한 학문적인 목표를 위해 질문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수업중인 교수님가 열심히 듣고 있는 학생들과 나 - 고급 머신 러닝 수업이였는데 정말 더럽게 어려운 수업 TOP 1이였다.


물론 모든 유럽 학생들이 열띤 토론에 참여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이 조용히 수업만 듣고 질문은 잘하지 않는다. 수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학생들이 점점 보이지 않는다. 유럽에서 출석은 자유다. 출석 점수가 반영되는 한국에 비해 유럽은 모든 면에서 자유롭다. 단! 그에 대한 책임은 다 본인에게 있는 것, 즉 시험만 잘 보면 웬만한 수업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는 건데.. 수업 몇 번 빠지면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고 혼자 공부해도 이해가 잘 안 가기 때문에 웬만하면 수업에 다 참여한다. 하지만 수업에 자구 안 나오다 보면 교수님 혼자만 계시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에 최소 전체 수업의 반 이상은 나와야 시험을 볼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교수님들도 계신다.

야밤에 만하임 병원 도서관 - 공부 마치고 나오는 길에


자유, 성인은 모든 행동에는 자신이 책임을 저야 한다는 것을 것을 유럽사람들은 대학에서 부터 배운다. 또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고 나이, 성별, 국적, 사회적 위치에 관계없이 스트레이트 하게 토론하며 자신을 변론한다. 이러한 것들이 대학에서부터 훈련되어 왔기 때문에 독일 사람들은 토론을 좋아하도 토론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수직 문화가 남아있는 한국에선 싹수없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유럽에선 그 누구도 정 때문에 인간성으로 남들을 챙겨주는 모습을 매우 드물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계속 얘기하고 어필해야 한다. 절대로 내가 이 정도 양보했으니 저 사람도 이 정도는 해주겠지 라는 생각을 제일 먼저 버려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고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군대에서 말하는 "센스"라는 것을 바라지 말아라.

하이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


나는 이 자유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달콤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단어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히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이 독일 사회에선 ,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하든 너의 자유지만,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과감하기 배제하는, 감정적인 면을 철저히 배제한 체 움직인다. 매시간 매일 마다 노력을 해야 하고 철밥통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독일이 그렇진 않지만 (꼰대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독일인들도 많다)..

 
러시아에서 온 예상치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

 

독일에서 제일 외로울 때는 크리스마스 였다.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설날과 같은 대 명절이므로 무조건 가족과 보내야 한다는 개념이 있다. 오죽하면 유럽 친구들이 "네가 밖에서 뭘 하든 상관없지만 크리스마스대는 무조건 집으로 와라"라고 하시는 부모님들의 말씀에 따라 다들 고향으로 간다. 크리스마스에 혼자 기숙사에서 있어보니 영화 해리포터에서 해리의 외로운 감정을 조금이나마 동정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나가서 놀려고 해도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상점이 다 문을 닫기 때문에 밖에 나가 놀 수도 없다.. 유럽에서의 첫 크리스마스는 5년 정도 알고 지내던 러시아인 친구로부터 예상치 못한 선물을 크리스마스이브날 택배로 보내줘서 이로 인해 덜 외로움을 느끼면서 보내게 되었다.


To be continued...